봄이오면 들꽃/김영자
늘 그래왔듯이
봄이 전혀 소란 떨지않고서
조용히 날 찾아왔습니다
때가되면
내
반듯이 오리라 하지 않더냐는 듯
찬란한 옷들로 갈아입고
의연스럽게 내 곁으로 왔습니다
그 눈보라치던 언 땅을 밟고서
멀리서 나를 찾아 오면서도
빈 손으로 아니오고
아름다운 추억을
담뿍 안고와서
내 품에 덥썩 안겨주었습니다
봄이 입고 온 아름다운 채색 옷보다
더 고운 옷을 입은 추억들이
내 가슴속에서
봄나비처럼 나풀 나풀 춤을 춥니다
추억의 봄 뜰에 선 나는
아이였고 소녀였고 청년이었습니다
언제나 봄은 갔다가 또 올것이고
나는
봄마다
다시
아이로 살고
소녀로 살고
청년으로 살고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