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내가 읽고 있는 책 "강대국의 조건 -독일 편" 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루터의 95개조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 교회 문에 라틴어로 써 붙인 글이 있었다. 그 글은 모두 95개 조항으로 주요 조항은 교황청의 면죄부를 비판하는 것이었다. 그 글 중 면죄부에 관한 비판 조항은 아래와 같다.
제27조 : 헌금함에 넣은 돈이 쨍그랑 소리를 낼 때마다 지옥에 간 영혼이 해방된다는 말 은 인간이 지어 낸 황당무계한 거짓 학설에 지나지 않는다.
제32조 : 면죄부를 통해 자기가 구원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그렇게 가르친 사람과 함께 영원히 멸망할 것이다.
재36조 : 진심으로 자기 죄를 회개하는 신자는 면죄부가 없어도 완전한 사함을 받는다.
제 82조와 제86조는 교황에 대한 것이었다. “교황의 자애로운 마음은 왜 지옥에서 고통받고 있는 영혼들을 구원해 낼 수 없는가, 누구보다도 돈이 많은 교황이 왜 자기 돈으로 성 베드로 대성당을 재건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려 하는가.” 라는 내용이었다.
루터는 교황청이 어떤 방식으로든 돈을 긁어모으려는 데 대해 강한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신권(神權)을 남용하는 교황청의 방식에서 온갖 부패의 냄새를 맡았다. 그는 많은 돈을 내야만 지옥에 갈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 면죄 증서를 가져야만 완전한 죄 사함을 받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혐오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루터가 개혁 강령의 성격으로 발표한 <로마 교황권에 대하여> 라는 문서였다. 그는 이 글에서 “교황의 제멋대로인 행동으로 볼 때 교황에게 신은 안중에도 없다. 교황 때문에 교회는 무너지고 있다. 나는 교황을 믿지 않는다. 그가 하는 말이 이치에 맞지 않을뿐더러 서로 모순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증명해 주기 때문이다. 양심에 위배되는 행동은 영광스럽지 못하다.” 고 했다.
16세기 교황 레오 10세는 돈을 더 많이 모으기 위해 성 베드로 성당의 이름으로 면죄부를 발행해 팔기 시작했다. 교황청은 신자들에게 면죄부를 사면 그동안 지은 죄악이 모두 소멸된다고 선포했다. 곧 이어 독일 유럽 전역에 종교시장이 형성되었고 수도사들은 면죄부 상품을 팔고 신자들은 그 면죄부를 샀다.
수도사들은 소리 높여 외쳤다. “면죄부는 신이 주신 가장 귀중한 선물이다. ... 내가 여러분에게 도장을 찍어 증서를 주면 여러분이 지은 모든 죄가 용서된다. 이 세상에 면죄부로 사함 받지 못할 죄는 없다. 여러분이 기꺼히 얼마간의 돈을 내기만 하면 모든 것이 용서받는다. 여러분은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좌를 짓고 살아가는가. 아, 너무 많은 죄를 지고 사는 여러분은 지옥 불에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 면죄부가 있기에 여러분은 일생에 지은 모든 죄를 사면 받고 무서운 형벌을 받지 않아도 된다. 살아있는 사람에게만 효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죽은 사람에게도 같은 효력이 잇다. 돈이 헌금함에서 땡그랑 소리를 내면 죽은 영혼이 지옥에서 탈출해서 천국으로 갈 수 있다. 오, 우리 주여, 주께서 이 모든 권세를 교황에게 주셨나이다. ”
교묘하게 명분을 갖다 붙인 이런 행위는 자기들의 권위를 남용하고 신자들을 기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신앙하는 우매한 신자들은 돈으로 그 면죄부를 사서 영혼들을 구원하고자 했다.
이 면죄부 때문에 사람들의 범죄행위가 극으로 치닫기도 했다. 어떤 죄를 지어도 면죄부만 있으면 사면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주교들은 면죄부 발행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수익금의 50%는 교황에게 지불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작센지방의 한 귀족은 면죄부 판매행위에 큰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는 면죄부를 파는 수도사에게 찾아가 자기가 어떤 사람을 크게 해하고 싶은데 그 전에 면죄부 한 장을 사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수도사는 보통 면죄부보다 세 배를 더 요구하며 그 귀족에게 도장이 찍힌 면죄부를 팔았다. 그 면죄부를 받아 든 그 귀족은 통쾌한 표정으로 바로 그 수도사를 구타한 다음 면죄부를 판 돈이 든 함을 가지고 그 자리를 떠났다. 수도사는 그 귀족을 고발했지만 귀족은 수도사가 판매한 면죄부를 법원에 제시했다. 그리고 무죄를 선고받았다. (CCTV다큐멘터리 대둑굴기 제작진 지음 강대국의 조건-독일 편 p80)
이 같은 교황청의 엄청난 죄악행위에 마틴 루터는 분개하고 95개조 의견서를 만들어 비텐베르크 성당 문에 붙였는데 그 결과로 종교개혁이 이루어졌다.